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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인의 고백 / 이해인

江山 맹두영 2010. 1. 16. 09:37

    어느 노인의 고백 / 이해인
      
      하루 종일
      창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노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가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참 많지만
      너무 조바심하거나
      걱정하진 않기로 합니다
      죽음의 침묵은
      용서하고
      용서받은 거라고
      믿고 싶어요
      고요하고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
      이해인 (시집, '작은 위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