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2☆/좋은글영상시

동호회 회원님의 글에서....

江山 맹두영 2009. 12. 19. 12:26

이미 다 준비 해 놓으시고....

 

어머니의 영정 사진주위에는 하얀 소담스런 국화꽃이 웃고 계시는

우리 어머니 얼굴과 꽃들도 함께 노래하고 평소에 쓰시던 성경책 양 옆엔

조문하시는 분들이 헌화한 하얀 국화 꽃이 가지런히 소복하게 쌓여있다.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우리들 자녀들이 보았다.

 

혈색도 하나도 변함이 없으시고 엷은 미소를 띠시고 편안히 누워 계셨다.

노환으로 입원을 한 적도 없고 평소처럼 새벽기도를 하시다가 구부린 자세로 그대로 소천 하셨다.

지금 이 시간 마지막 우리와 석별하는 예배를 드린다.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의 권면에 우리 온 가족들이 귀를 기우린다.

말씀에 빠져 있는데 순간 조금 이상한 분위기에 나는 나의 귀를 의심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참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신묘불측(神妙不測)하시다.

 

 

 

40대 중반의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인상 좋으시고 음성이 낭낭하신 목사님의 얼굴을 다시 쳐다본다.

나의 동생이 섬기는 교회의 목사님이다.

 

사실은 어제 일찍 오셔서 우리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동생과는 긴요하게 의견을 나누었지만

나는 목사님이라고는 생각지도 않고 그냥 장례 예식장 사무실에서 나와 상주들과 조율하는 사무원이나

아니면 어머니의 시신을 기증한 대학교 담당 직원인가하고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인사도 나누지 않고 말이다.

 

절차대로 여러 교회의 목사님과 성도들이 왔다.

예배를 드리고 가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만 나누고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내마음속으로 동생이 다 알아서 하겠거니 했다.

첫 날 처음 만났던 그 날도 장례절차에 따른 일들을 동생과 의논하고 바빠하셔서 변변히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훌쩍 다녀가셨으니 나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의 모습이 여느 목사님과는 조금 다름을 느낀다.

그냥 성도의 장례예식에서 말씀을 전하시는 평소의 음성과는 사뭇 다름을 느낀다.

오히려 우리들 형제나 가족들 보다 목사님의 음성이 조금 긴장하시고 감격하시는 모습이 역역하다

무슨 일 일까? 웬 일일까?

 

이제 87세로 이 세상을 하직하시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하여 소천하시는 우리 어머니 아니신가..

우리들 모두의 확실한 믿음대로 이제 하늘나라에서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계실 우리 어머니이신데 아무런 슬픔이 없다.

이세상의 모진 고통과 어려움을 다 이별하고 편안히 쉬실 어머니 무슨 슬픔이 있는가!

오히려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들은 이 예배를 드린다.

 

참 열심히 예수 믿으시고 참 지독히도 말씀대로 사시려고 노력하시고 항상 생명구원에 헌신하셔서

그 토록 많은 열매를 거두셨으니 우리 어머님은 정말 큰 상급을 받으실 것으로 믿고 있다.

조문오신 분들 중에는 더러 어머니 에게 남다른 큰 은혜를 입은 분들이

나가시면서 그런 말씀들을 하신다.

 

 

말씀이 항상 우리 어머니 옆에서 살아 움직였고

성경책에는 항상 자를 대어가면서

말씀에 색 볼펜으로 밑줄을 치시면서 상고하셨고,

주변에 믿지 않는 분이 계시면 정말 철저히 자기희생으로

그들을 설득하고 전도하여 또 다른 생명을 구해 내셨다.

 

우리 형제나 누님이 드리는 용돈은 손자 손녀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으셔도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는 항상 넉넉히 후하게 그들을 대접했다는 후문을 우리는 종종 들었다

나와 그리고 우리 형제들은 항상 이것이 큰 불만 이기도 했다.

그래서 며느리들에게 가끔 섭섭한 말들을 듣곤 하셨다.

그래도 절대로 굽히지 않으시고 오직 타인을 위해서만 쓰셨다.

 

좋은 옷을 사 드리면 사준 사람이 민망하고 섭섭할 정도로 남들에게 다 주어버리고

우리 자식들은 항상 불효(?)하는 자식들로 만들기도 하신 분이다.

말씀에 힘이 들어가시고 감격하고 상기된 음성으로 목사님은 오늘 이런 말씀을 계속하고 계셨다.

그런데 목사님은 우리 어머니 얘기를 하시는 중에 우리 형제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하신다.

 

처음엔 그 말씀이 무슨 뜻으로 어떤 의미로 하시는 지 잘 몰랐다.

목사님과 사모님이 어떻게 결혼 하셨고 어떻게 목회를 하시게 되었는지를

그 아름다운 사연을 풀어 나가셨다.

목사님과 사모님이 우리 형제들 보다 훨씬 더 많은 자식 같은 사랑을 받으셔서

우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신다.

 

목사님의 사모님이 이제 단발머리 중학생이었던 그 시절에 우리 어머니께서 전도 하셔서

열심히 교회 생활 잘하게 하시고 그 여중학생이 자라서 지금 목사님과 결혼하시고

그 목사님이 당신 자신이 마지막 떠나는 예배에 말씀을 전하시고 계시는 것 아닌가...

 

목사님은 자기부부를 만나 가정을 이루게 하시고 또 자신이 지금처럼 성공적으로 목회하도록

얼마나 열심으로 기도 해 주셨는지를 잘 아신단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이미 오래전에... 다 예비해 두시고 좋은 때를 기다리셨다가 ..

 

 

형제들이 다모여 장례를 잘 지낼 수 있도록 모두 준비해 두신 것이다.

대학교 장례예식장도 무슨 연유인지 텅텅 비어있고( 어제 까지는 무척 복잡했다고 하는 데)

많은 조화가 답지하여 여러 곳에 죽 세워졌지만 자리가 하나도 비좁지 않게 아름답게 장식을 할 수 있었고

오시는 조문 손님도 퍽 많았지만 복잡하지 않게 정성을 다해 예의를 갖출 수 있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 졌지만 식장안의 난방시설이 아주 좋아 아무런 불편이 없고 오신 손님들도

한꺼번에 몰려오시지 않아 널찍하게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좋은 대접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그리고 마지막 가시면서도 우리 자식들에게 좀 더 쉽고 편하게 해 주시려고 이미 자기 시신을

대학교에 기증하셔서 오늘 예배를 드리고 나면 우리 가족들은 아무런 절차가 남지 않았다.

 

남들처럼 임종, 입관, 발인, 하관 예배와 같은 여러 절차 없이 어머니가 지금까지 섬겼던 여러 교회들 마다 오셔서

함께 예배드렸고 또 이렇게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나면 추운 곳에 나가서 장례절차를 치르는

그런 불편함과 수고가 하나도 없다.

 

이미 어머니의 시신은 의과 대학에서 이미 모셔 가셨기 때문이다.

 

 

자칫 겨울 추운 날씨에 조문객들에게 수고를 끼칠 수도 있지만 아무런 누를 끼치지 않으시고

혼자 훌훌 천국으로 가신 것이다. / 江山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