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 숙녀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가고오는 세월 속에서 또 한해의 가을을 맞습니다. 가을은 시인의 계절이라고 하였던가.... 울창한 한여름의 싱그러움은 뜨거운태양 아래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정열이였거늘... 흐르는 세월에 마음을 내려 놓고 퇴색되어 하나 둘 낙엽이 딩굴면 가을향이 그리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다시 듣고 싶은 박인환님의 "목마와 숙녀" 박인희님의 낭송으로 올려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이 가득하세요^^* 2009. 9. 26 江山 드림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記憶)하여야 한다
.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청춘(靑春)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