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5개의 엽서

<하나>
내 마음속 서랍에는 쓰다가 만 편지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써 내려가다가
다시 읽어보고는 더 이상 쓰지 못한 편지.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내 마음 한조각을 떼어내는 것이나 다를바 없습니다.
아는지요?
밤이면 밤마다 떼어 내느라
온통 상처 투성이가 되고 마는 내 마음을.
<둘>
아침부터 소슬비가 내렸습니다.
내리는 비는 반갑지만 내 마음 한편으로는
왠지모를 쓸쓸함이 고여듭니다.
정말 이럴 때 가까이 있었더라면
따뜻한 커피라도 함께 할 수 있을텐테....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텐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듯 쓸쓸한 일인가 봅니다.
<셋>
다른 사람과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그대를 우연히 보았던 날.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미소 지었습니다.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아무런 원망도 할 수 없었던 나는
몇걸음 더 떨어져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팔짱을 낀 채 근처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내겐 말할수 없는 아픔이었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까르르 웃는 그대의 모습을
카페 창너머로 훔쳐보는 것이 내겐 또 더없이 큰 슬픔이었습니다.
아아, 그대는 꿈에도 몰랐겠지요.
그날 밤은 내게있어 가장 춥고 외로운 밤이었다는 것을.
<넷>
그렇습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입니다.
그대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도 나 혼자만의 일이구요.
그러니 그대가 마음 쓸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 혼자 그리워하다 나 혼자 괴로워지면 그만,
그대는 그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무덤덤해도 괜찮습니다.
애초에 짐이 될 생각이 있었다면
나는 내 사랑을 그대에게 슬며시 들킬수도 있었을테지요.
그러나 그대여,
나로인해 그대가 짐스러워 한다면
그 자체가 내게는 더한 괴로움이기에
나 혼자만 그대를 사랑하고,
나 혼자만 괴로워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그대여,
그대는 그저 모른척 하십시오.
그저 전처럼 무덤덤하십시오.
<다섯>
나는 이제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다 그 사랑이 다해 버리기보다,
한꺼번에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이 다해 버리기보다,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해
오래도록 그대를 내 안에 두고싶습니다.
아껴가며 읽는 책, 아껴가며 듣는 음악처럼
조금씩만 그대를 끄집어 내기로 하였습니다.
내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인 그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지워지지만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속에 오래오래 영원히 남아 있길
간절히 원하기에......
詩..부치지 못한 5개의 엽서 / 이정하
01. Alchemy
02. Kaleidoscope
03. Venice
04. Vision 1(Instrumental)
05. Requiem
06. Solstice
07. Fantasy
08. Destiny
09. Reveries
10. Ring
11. Redemption
12. Vision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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